[전선 104호] 자본의 공세에 맞서 승리하는 운동노선을 내걸자!

하후상박으로 포장한 자본임금론은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파산했다.


자본과 권력은 정규직 “노동귀족론”, “고임금론”을 유포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가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할 것이라고 선전해 왔다. 여기에 부합하여 노동운동 내 자본의 끄나풀들은 비정규직과의 “연대와 단결”이라는 그럴싸한 구실 하에 정규직 노동자의 선도적이고 자발적인 양보를 주장해 왔다.

  우리는 “연대임금”이라는 명목 하에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종용하는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이 아니라 “자본운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자본운동의 안정성, 영속성에 복무하며 노동자들의 이해를 자본과 권력에 넘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운동 내에 암약하며 “자본운동”을 하는 자들은 “암약(暗躍)”, “(사람이 장소나 분야에서) 비밀한 가운데 맹렬히 활동하다.”는 사전적 의미에 맞게 자신들의 기치나 요구가 “자본운동”의 일환이라는 것을 끊임 없이 은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운동” 내에서 자신들의 반노동자적인 실체가 폭로되어 추방되어 효과적으로, 지속적으로 “자본운동”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래는 후하고, 위는 박한 하후상박(下厚上薄) 임금론, 즉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 임금인상 폭은 높이고 상대적인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폭은 낮추는 임금인상론은 한 때는 노동자들 간의 단결과 연대에 복무하기도 했으나, 최근에 이 임금론은 자본의 임금양보론에 부합하는 노동운동 내 “자본운동”의 일부로 전락했다.

  우리는 지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당시 하후상박 임금론을 전노협 시절의 임금투쟁의 원칙이라고 강변하는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전노협 시절의 임금인상 투쟁은 정규직 임금의 일정한 제한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생활임금을 쟁취하는 임금투쟁이었다 ...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로 노동자들은 적극적 임금인상 투쟁을 전개하였고 이 때문에 자본의 이윤이 감소되었다. 그러자 정권은 적극적으로 임금인상 억제 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전노협은 대자본, 대정부 투쟁을 통해 정부의 각종 임금가이드라인, 총액임금제 정책을 분쇄해나갔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부터 10.0%, 1988년 15.5%로 급상승하고, 1989년에는 21.2%까지 급격한 임금인상 투쟁이 전개됐다. 이후 1990년 들어 전노협은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공세적인 임금인상 투쟁을 전개했다 ... 이처럼 노동자 대투쟁부터 전노협 시절까지의 전투적인 노동운동이 장시간 저임금 체제에 시달리던 한국 노동자들의 삶을 대폭 개선시킬 수 있었다. “선파업 후교섭” 사례에서 보듯, 노동자들의 거대한 성취는 교섭주의, 타협주의의 결과가 아니었다. 일련의 공세적인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였다."(횡행하는 정규직 임금양보론 2017년판 노ㆍ경총 임금담합론을 분쇄하자!, 2017. 11. 28.)

  "우리는 이러한 “연대임금”이라는 명목 하에 제기되는 정규직 양보론은 오직 자본의 이윤을 늘리는데 봉사하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의 기초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적 이해관계를 대립시켜놓고 정규직 노동자로 하여금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계급적 단결’을 강요하는 것은 허구적 단결의 추구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단결의 현실적 기초, 이해관계를 무너뜨리면서 하나가 되라고 강요하는 강압밖에 되지 않는다 ... 이는 오직 자본의 이윤을 늘리는 데 봉사할 뿐이다. 자본은 손 안대고 노동자 내부를 분열시키고 총임금 지급액을 낮춤으로써 이윤을 늘리는 교묘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자본과 정권이 조직된 노동조합을 철밥통이니 노동귀족이니 고임금이니 하면서 공세를 취하는 것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을 유도함으로써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얄팍한 수작에 불과하다."(같은 글)

  우리가 민주노총 선거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고나서 7개월여가 지났다. 현실은 어떻게 변했는가? “노동존중”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년만 기다려 달라!”던 문재인 정권은 취임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1년만 기다리면 확실하게 밟아주겠다”며 자본가 권력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양수겸장의 공세


대표적인 노동귀족, 고임금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현대자동차에서는 광주형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1. 현대차노조는 사측과 광주시가 추진 중인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중규직 반값연봉과 전체노동자 임금의 하향평준화 초래를 우려하며 경력히 반대한 사실이 있습니다 ... 7. 광주형 일자리 1만 2천개 창출을 위해 10만대 공장을 건설하면 한국지엠의 경차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지역, 쌍용자동차 티볼리를 생산하는 평택지역, 현대자동차 소형 SUV를 생산하는 울산지역, 기아자동차 경차 모닝을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 서산지역은 풍선효과[어떤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인하여 1만 2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기존 경차생산 지역과 부품사들은 엄청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광주형 일자리”, 자동차산업 일자리 풍선효과 시뮬레이션 해보았나?, 현대차 지부 보도자료, 2018. 07. 02)

  이처럼 현대차 지부의 우려대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공장을 만드는 것은 과잉생산 체제를 가속화함으로써 다른 산업에서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불러올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저임금 공장 모델은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약화시키는 표준모델로 작용할 것이다. 광주의 구조조정 사업장이었던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매각되었는데, 이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로 선전되고 있다. 그런데 이 광주형 모델로 변신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상여금 250% 반납, 무급휴일 20일, 휴무 20일은 통상임금 50% 지급과 각종 복지 축소와 단체협약이 개악되는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다.

  조선업종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으로 수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을 당했고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임금삭감과 단협후퇴, 전환배치, 희망퇴직 등의 공세를 당하고 있다. 한국지엠에서는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와 함께 군산공장이 폐쇄되고 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단협과 임금양보, 희망퇴직을 당해야 했다.

  여전히 “노동귀족”으로 조롱받고 있는 쌍용차 해고자들은 아직도 거리를 헤매고 있다. 국가폭력으로, 국가폭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들어갔던 비용인 손해배상 청구로 두 번 세 번 사회적 살인을 당하고 있다. 사회적 살인은 정리해고자들과 가족들 3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법복” 입은 강도들은 여전히 자기들의 강도짓을 정당화 하고 있고, 그 법복 강도들한테 처절하게 희생당했던 노동자들의 삶은 원상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을 위하고 실업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공격하던 자본은 정작 시급 7,530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세상이 다 망할 것처럼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러한 자본의 요구를 받아들여 문재인 정권은 지난 5월 25일 새벽에 도둑처럼 최저임금법을 개악했다.

  이 최저임금법 개악은 2019년부터 월 정기상여금 중 최저임금 대비 25%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산입(2018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할 때 월 39만원을 초과하는 금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매년 단계적으로 산입 비율을 높여 2024년 정기 상여금 전액, 복리후생비 전액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했다. 게다가 2개월 이상 주기적으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월 상여금 형태로 바꾸는 취업규칙 변경을 해도 불이익 변경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로 인해 사용자가 임금을 줄일 목적으로 일방적인 “상여금 쪼개기”를 하는 것을 합법화 하였다.

  “노동귀족론”, “고임금론”을 주장하며 정규직 노동조합을 반사회적 이기주의적 집단이라고 몰아치며 손발을 묶어 놓았던 자본과 권력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자제시키고 투쟁태세를 무력화 시키고 나서는 최저임금법 개악을 함으로써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대폭 후퇴시키는 양수겸장의 수를 썼던 것이다.

승리하는 운동노선을 내걸자


노사상생, 노사정위원회, 상생, 타협 운운하며 노동자들의 투쟁태세를 무너뜨리고 자본가 권력에게 환상을 심어주던 “노동운동”은 파산이 났다. 이 “노동운동”은 반 “노동운동”이자 자본운동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데에는 7개월여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노사정위원회나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과 마찬가지로 “연대임금론”으로 포장한 정규직 양보론은 현실에서 자행되는 자본과 권력의 공세에 의해 곧바로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노사정대타협을 새로운 운동노선이라고 제출하는 자들은 고작 7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처참하게 파산하는 운동노선을 내걸고 나섰다가 노동자들의 삶을 대폭 후퇴시키는데 일조해버리는 이적행위를 했던 것이다.

  거대한 부와 자본을 다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자본가 놈들은 가난한 노동자들의 알량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총공세를 펼쳤다. 가난한 노동자들과 가난한 상공인들을 서로 적대하게 만드는 비열한 수작도 썼다.

  우리는 자본가 놈들과 그 놈들의 언론들의 악랄한 최저임금 강탈 공세를 통해 다시금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투쟁은 자본과의 협조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자본의 이윤삭감이다. 자본의 이윤증가는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이다. 자본의 이윤의 확대는 전체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빈곤을 증가시킨다. 이 적대적인 양자의 이해관계는 결국 힘과 힘의 충돌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계급투쟁이 필연적인 것이다. 문자로 기록된 역사 이래, 억압자와 피억압자와의 근본적 이해가 계급투쟁이 아니고서 해결된 적이 있었던가?

파산하는 “운동”노선이 아니라 승리하는 운동노선을 내걸고 투쟁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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