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112호] 노동전선 월례토론회 <교육(노동) 운동 방향 정립을 위하여> 후기

노동전선 월례토론회 <교육(노동) 운동 방향 정립을 위하여> 후기


노동전선은 지난 7월 12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교육(노동) 운동 방향 정립을 위하여>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노동전선이 노동현안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주요한 쟁점의 하나인 교육문제까지 다루고자 하는 것은 단위 사업장의 개별 노자관계를 넘어서 사회구조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개입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교육현장에서도 노자관계가 첨예하게 드러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의 주요한 특징인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가 교육현장에서도 첨예하게 나타난다.

토론회 최덕현(전교조 조합원) 발제자(이하 발제자)는 교육의 위기가 교육 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원인들로 인하여 발생한다고 진단한다. 

“주로 평등하지 못한 교육, 가혹한 경쟁을 부르는 입시제도와 교원정책, 부의 대물림과 고착된 학벌 사회, 과밀 학급, 사교육비 부담, 인권과 교육권 침해, 시민적 권리에 대한 억압, 관료적 통제, 부족한 교육재정 등 국가의 왜곡된 교육정책이나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실과 학교가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된다. 최근에는 저출산·고령화 경향이 학령기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교육재정 축소, 대학 구조조정,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 고용, 연금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유·초·중·고는 물론 대학까지 또 다른 위기가 조장되고 있다.”

그리고 교육현장의 문제는 단순히 교육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교육현장이 구체적으로 발을 딛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아래와 같이 강조한다.

“교육문제는 가치중립적일 수 없으며, 경제와 정치,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본질적 문제는 현재 교육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이라는 점이다. ~ 교육의 본질적 문제라 할 억압, 불평등, 차별은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와 기능에 근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교육개혁은 자본주의를 지양하는 가운데 사회주의를 향한 사회, 경제적 변화를 추진하는 전략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자본주의적 사회, 경제적 요인을 변화시키지 않고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교육의 내용을 주도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므로 교육내용은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자본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에서 행해지는 교육은 현 지배질서를 온존·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이 현 사회에서 자본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교육 문제 그 자체로는 해결이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발제자는 교육 또한  자본주의 체제내적인 틀에서만 머물지 않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전략 속에서 사고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따라서 발제자는 교육의 주체가 반자본의 내용을 가지고 교육현장에서 계급투쟁의 한 형태로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아래와 같이 강조한다.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은 자본가 계급의 요구를 반영하고, 필연적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계급, 세력의 관심과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는 제한적이긴 하나 지배적 계급의 이데올로기와 다른 입장을 갖는 교육의 자주성, 자율성을 인정하기도 한다. 교육과정에서 교사는 양심적으로 그들의 교육적 의도를 실천하려고 하거나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권위주의적 교실/학교 문화가 순종적인 노동자를 길러내는 한편,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가, 해방을 향한 급진 운동가를 양성하기도 한다. 이 지점이 교육(노동)운동의 성공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교육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 지,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은 주로 자본주의에 순응하고 자본의 이해와 요구에 복무하는 체제친화적인 노동력을 생산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교육은 사회관계를 반영하며, 인간의 의식과 인간의 사회적 실천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 사회 지배계급은 교육 행위자인 교사를 통해, 자신의 철학과 문화를 통해, 국가장치 또는 자본가의 조직을 통해, 전통과 관습/법을 통해 노동자·민중의 의식을 지배하려 한다. 자본주의 사회 각 계급은 자신의 계급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각각의 계급에 필요한 인간을 양성하기 위해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계급 사회의 교육은 특정 계급이 인간 형성 과정을 지배함으로써 자신의 계급에 유리한 사회적 실천을 도모하고, 투쟁하는 ‘계급 투쟁의 한 형태’로 작용게 된다.” 

자본주의 교육은 자본주의에 필요한 인간을 양성함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급운동이 이데올로기적인 투쟁의 형태로 개입할 수 있다 점을 지적한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적인 의식은 자본주의 의식이지만,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규정하듯이, 교육이 노동대중이 노동계급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또한 가질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발제자는 교육운동의 방향을 교육현장에서 교육관련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주체 형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사회, 계급적으로 교육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자본과 국가 주도의 관료적 통제 방식은 해체되어야 한다. 교육에 대한 자본의 기능과 역할은 완전히 제거하고, 국가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축소시켜야 한다. 관료적 교육 통제 극복을 위해 교육부를 해체하고, 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 계급적 통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단위에는 교육 관련 노동자, 학생이 참여하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자치기구가 구성되어야 하며, 지역 단위에는 교육 관련 노동자, 청소년, 노동자․민중이 참여하는 시·군·구 단위 교육자치기구가 구성되어야 한다. 모든 사립학교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즉, 발제자는 교육에 대한 자본과 국가주도의 관료적 통제 방식의 해체와 더불어 학교 교육관련 당사자들이 참석하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자치기구’ 구성을 주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자주적, 민주적 교육자치기구’ 구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능한가  라는 문제이다. 소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후에도 교육현장에서 눈에 뛰는 완연한 변화가 발생하였는가라는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선출된 진보교육감이 과연 진보적인가는 두 번째 치더라도 진보교육감이라는 개인이 과연 현 체제에서 어느 정도까지 교육 현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물론 이는 더 깊이 들어가면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문제로까지 들어갈 수 있는 문제이다.

다음으로 교육의 역할이 어느 정도까지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사회를 바꾸고 평등한 세상을 건설하려는 주체를 형성하는 데 교육이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육이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한 현태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많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을 하는 주체와 교육을 받는 대상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주체의 의식적 실천이 상호 보완되어 져야 한다는 것을 것을 맑스는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환경의 변화와 교육에 관한 유물론적 교의는 환경이 인간들에 의해 변화되며 교육자 자신도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 그러므로 그 유물론적 교의는 필연적으로 사회를 두 부분―그중의 하나는 사회를 초월해 있다―으로 탐구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의 변화와 인간 활동의 변화 혹은 자기 변화와의 일치는 오직 혁명적 실천으로서만 파악될 수 있고 합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포이에르바흐에 관한 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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