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115호] ILO 핵심 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의 의미

ILO 핵심 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의 의미


지난 10월 1일 문재인 정권은 ILO핵심 협약인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해당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며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후 노동조합법, 교원노조법, 공무원 노조법 등 개정안은 곧 바로 10월 4일 국회 의안 정부시스템에 등록 되었다. 이에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 운동 진영은 관련 법안들이 노동조건을 후퇴 시키는 ‘노동법 개악’임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권의 노동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이후 비록 민주노총이 개악으로 규정을 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라 할 수 있는 교원·공무원 노동자들의 경우 이러한 혼란이 더욱 더 큰 것 또한 사실이다.
“비록 노동법이 약간의 후퇴를 가지오더라도 ILO 혁심 협약이 비준되니까 필요한 것은 아닐까?”
“당장은 어렵지만 수년간 법외노조로 존재했던 전교조 등 교원 공무원 노동자들이 합법 노조가 되니까 그나마 괜찮은 것 아닐까?”
문재인 정권의 ILO 핵심 협약인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둘러싸고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장의 혼란이 민주노총의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조직적 역량을 동원하여 총력을 기울여 투쟁을 해도 저지가 쉽지 만은 않은 상황에서 현장의 투쟁 동력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한국 노동자 계급에게는 매우 불리한 내부의 조건인 셈이다. 과연, 지난 10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ILO 핵심 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의 내용이 무엇인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듯이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민주노총이 총력 투쟁을 통해 저지할 만큼은 개악이 아닌(?) 내용인가? 우리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에 대한 본질을 분명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현실에 대한 객관적 분석 뿐 아니라 민주노총의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의 승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출범과 동시에 문재인 정권은 2018년 2월 휴일·야간근로 수당 할증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52시간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곧 이어 같은 해 5월 상여금과 식대 등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했다. 두 차례의 노동 관련법 개정은 임금삭감이라는 효과를 낳았으며 이로 총 자본의 이윤을 더욱 더 극대화 되었다. 두 차례의 노동 관련법 개정 이후 세 번째로 추진하는 것이 바로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이다. 촛불항쟁의 적자라고 자임할 정도로 민주정권, 친 노동자 정권을 주창했던 문재인 정권이 왜 출범 이후 두 차례의 노동법 개정과 현재 민주노총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을 강행하고 있는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2017년 이후 한국 사회의 경제적 상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노동법 등 법과 제도의 변화(제정이건 개정이건 개악이건)는 그 당시의 물적 토대 즉 경제적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할 당시 그리고 2019년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은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몰아닥친 세계 자본주의 경제위기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장기적 저성장이라는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2011년부터 2%대의 경제성장률이 10년을 유지하다가 드디어 2019년 1%대의 경제 침체 상태로 빠져든 한국 경제는 자본가 계급의 이윤 착취를 어렵게 만들었다. 자본 간의 무한 경쟁으로 인한 과잉생산과 무인화·자동화라는 자본주의 과학기술발전이 10년째 장기적 저성장과 자본의 위기를 발생시킨 것이다. 이러한 “장기간 경제침체 = 경제위기”는 곧 자본의 위기이다. 노동자가 생산하는 잉여가치를 착취함으로써만 존재하는 자본의 사회적 위치가 위협에 놓여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정기적 경제침체 = 경제위기’라는 자본의 위기에 빠져 있는 자본가 계급을 구출해야 하는 역사적 임무를 부여 받은 것이다. 2008년 2월과 5월 두 차례의 노동법 개정 즉 주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과 산입범위 확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은 바로 경제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부르주아지를 구출(?)하고자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ILO 핵심 협약 비준과 이를 근거로 한 노동법 개정 또한 그 개정의 내용을 떠나 부르주아지를 구출하고자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는 측면에서는 지난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개정과 그 기조를 함께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구체적으로 ILO 핵심 협약 비준을 근거로 한 노동법 개정의 내용을 살펴보자. 과연 ILO 핵심협약 비준을 빙자한 노동법 개정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르주아지를 구출(?)하고자 하는 법과 제도의 정비 차원인지 말이다. 지난 10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노동법 개정 내용은 실업자·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노동조합법 2조, 5조, 17조, 23조 개정안과 퇴직 교원·공무원의 노조 가입 허용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교원노조법·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다. 실업해고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교원노조법·공무원 노조법 개정 이외에도 노동조합법 24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금 금지 조항을 삭제하지만 타임오프 시간 내에만 임금지급 조항을 유지, 32조 단협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42조 사업장 내 일부나 전부 쟁의 행위 점거 금지 조항 등을 포함되어 있다. 정리해 보면, ILO 핵심 협약 비준과 함께 개정되는 노동관계법·교원·공무원노조법의 내용은 실업·해고자 노조 가입과 함께 단협 3년 연장, 타임오프에 한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쟁의행위 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이 포함된 것이다. 결국 법외노조였던 전교조를 합법화 하는 대신 모든 노동자의 쟁의 행위 점거를 불법화 하겠다는 내용을 노골적으로 법제도화 하겠다는 내용이다.
쟁의 행위 시 점거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노동 관련법 개정의 근거가 되는 ILO 핵심 협약은 그 누구의 간섭이나 허락 없이 노동자가 자유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자유 즉 ‘결사의 자유 협약’이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ILO핵심 협약인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준한다면서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 행위를 제약하겠다는 것이 바로 이번의 노동법 개정의 핵심 내용인 것이다. ILO 핵심 협약은 한국이 ILO에 가입한 이상 한국의 정권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국제적 약속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ILO 핵심 협약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이야기 하면서 국내법인 노동관계법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법과 제도를 개악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문재인 정권의 ILO 핵심 협약 비준을 근거로 한 노동법 개정(?)은 그 기조에서 ‘장기간 저성장 = 경제위기’ 상태에 놓인 부르주아지를 구출(?)하고자 하는 부르주아 정권의 노동법 개악의 의도인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에서도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제약함으로써 노동자가 생산하는 잉여가치를 무한정 착취하게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수준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ILO 핵심 협약 비준을 근거로 한 노동법 개정은 그 기조와 내용에 있어서 반 노동자적이며 경제위기에 빠져있는 부르주아지를 구출하는 법과 제도 정비일 뿐이다. 현장이 혼란에 빠질 사안이 결코 아니다. 문제는 현장을 추스르고 조직해가야 할 현장 활동가들이 ‘현장의 혼란’을 빌미삼아 조직화 사업에 주춤하고 있을 뿐이다. 내용이 확실하고 문재인 정권의 기조는 분명하다. 이제 분명한 내용과 기조를 현장 노동자들에게 헌신적인 노력과 현장 활동으로 선전하고 교육해 들어가자. ILO 핵심 협약 비준을 빙자한 문재인 정권의 노동법 개악 의도를 분명히 할 때 만 현장은 움직이고 당당한 노동자 군대로서 투쟁의 대열에 합류 할 것이다. 현장을 믿고 힘 있게 조직해 들어가는 헌신적 현장 활동가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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