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112호] 노동전선 월례토론회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후기

노동전선 월례토론회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후기


1. 들어가며

노동전선은 지난 7월 20일(토)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지난 쇠고기 파동과 최순실 게이트로 폭발된 촛불 항쟁에서 드러난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갈등이 드러났다. 이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를 노동운동에 제기하였다. 이에 양자간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토론회를 기획하였다. 특히 현실 사회주의의 패배이후 각 부문에서 제기되는 쟁점을 중심으로 시민운동의 전성시대를 걸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는 노동운동이 시급히 한 번 쯤 다루어야 할 주제였다.

2. 노동운동에 대한 진단과 방향

먼저 김승호 발제자(이하 발제자)는 먼저 노동운동에 대해서부터 다음과 같이 심각한 질문을 던지면서 포문을 연다.

“명분상 전태일을 따르는 한국 노동운동은 지금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할까? 우리 노동운동은 왜 항상 고공농성을 해야만 할까? 왜 항상 열사를 만들어내야만 할까? 왜 장기 단식과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같은 힘겨운 투쟁을 해야만 할까? 그렇게 힘들여 투쟁해도 왜 시원하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왜 이겨 봐야 본전밖에 못되는 싸움을 되풀이할까?”

발제자는 지금 노동운동이 고공, 열사, 단식,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의 처절하게 투쟁을 전개하고는 있는데 대중의 조직화와 정치의식의 고양이라는 측면에서 성과가 없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투쟁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실 노동운동을 개탄한다. 발제자는 이러한 전투적 조합주의의 원인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이렇게 계급적으로 단결하고 전투적으로 투쟁하는 조직력과 투쟁력을 만들어내지 못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 답은 조직력과 투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생각하면 분명하다. 의식성이다. 의식성이 약하면 필연적으로 조직력과 투쟁력이 떨어진다. 노동자대중의 의식을 목적의식적으로 높이지 않고 자연발생성에 내맡겨 두면서 조직력이 양적·질적으로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잡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발제자는 전투적 조합주의의 원인을 핵심적으로 대중들의 계급적 정치적 의식을 높이고 대중들을 조직적 진지로 전취하려는 노동운동가들의 목적의식성의 부족에서 찾는다. 그리고 발제자는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 시대에서는 개혁과 개량은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혁명적 의식만이 노동자계급을 하나의 계급으로 단결시킬 수 있다고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장기적·구조적 위기의 시대인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개혁과 개량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그런 개량을 실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사회대개혁’ 운운하는 개혁주의 의식으로는 노동자 대중을 계급적으로 단결시키지 못한다. 개혁주의는 개량도 가져다주지 못하고 양보만 가져다준다. 그러므로 오직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아닌 세상을 지향하는 혁명주의 의식만이 계급적 단결을 가져올 수 있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그러므로 발제자는 노동운동은 지금의 전투적 조합주의와 사회개혁이라는 개량주의적 기치 대신 지금 단계에서는 사회주의는 아닌 “세상을 바꾸자”는 사회혁명의 기치를 내세워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노동운동이 사회변혁·혁명을 자신의 임무로 받아 안는 것이다. 노동운동은 이제 ‘사회개혁’의 기치를 내려야 한다. 그 자리에 ‘사회혁명’의 기치를 대체해야 한다. 사회주의 기치를 드는 것보다 “세상을 바꾸자”는 사회혁명의 기치를 드는 것이 더 선차적으로 요구된다.”

발제자는 작금의 노동운동이 추구하는 전투적 조합주의와 실리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사회혁명의 기치를 높이자고 강하게 목소리를 높인다. 이것은 지금이 노동운동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올바르게 지적하고 있다. 무수한 노동현장에서 개별자본과 벌이는 처절한 전투는 많으나 그것이 사회변혁과 연결되는 대중들의 정치의식의 고양과 조직화로 연결되는 고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노동운동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중요한 지적으로 보여진다.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지금의 단계에서 사회주의가 아닌 사회변혁의 단계라면 이 양자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사회주의와 사회변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조금 곁들어졌더라면 더욱더 발제자의 논지가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보여진다.

3. 시민운동

발제자는 시민운동의 흐름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생태주의, 페미니즘 등을 중심으로 하는 신사회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정치 제반의 문제에 개입하는 경실련과 참여연대로 대표되는 일반민주주의 운동이라고 파악한다. 발제자는 시민운동이 근본적으로 지배계급의 이익에 복무한다는 것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시민운동이 두 발로 딛고 서 있는 부문 또한 계급적 이해관계 대립에서 초월할 수 없다는 정당한 지적을 하면서 노동운동이 시민운동에 적극적인 개입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페미니즘과 생태주의도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사회주의운동과 결부될 수 있으므로 노동운동이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이런 시민(사회)운동 영역에 대해 적극 참여하고 관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운동이 경제주의를 넘어서 사회운동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적극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예컨대 희망연대노조) 노동운동은 여성운동에도 참여하고 환경운동에도 참여하고 경제·사회·정치적 정의를 구현하는 일반민주주의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4. 노동운동의 역할

발제자는 노동조합이 대중조직으로서 한계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노동대중이 그곳에서 주체적으로 혁명을 준비하는 학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운동이 과연 혼자서 그 임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다. 노동운동 안에서 노동조합운동이 매우 중요한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노동조합 혼자서 노동계급의 혁명적 임무를 감당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은 가장 후진적인 대중조차도 자신의 조합원으로, 조직의 주인으로 받들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노동조합운동은 사회혁명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광범위한 노동대중이 자신의 일로 받아 안고 떨쳐나서게 준비시키는 혁명의 학교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는 현실 사회주의의 패배이후 특히 혁명적 진영이라고 자부했던 소위 좌파 진영의 많은 부분들이 노동조합만이 유일한 투쟁의 조직이라고 사고했던 아나코생디칼리즘적인 경향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될 수 있다. 세계 변혁운동사에서 노동조합만이 정치권력, 구체적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한 혁명을 수행하였던 적이 있던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혁명은 정치적이다. 사회주의 혁명이든 진보적 민주주의 혁명이든 사회혁명을 이루려면 국가권력을 전취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 사회경제 체제를 변혁하려면 정치권력을 전취하는 정치혁명부터 이루어야 한다. 이 명백한 명제가 그 동안 많이 망각되어 왔다. 그것은 노동조합운동이 노동운동 안에서 너무 과도하게 중요시된 후과다. 현실사회주의가 붕괴한 이후 개량적 사회진보가 노동운동의 최고 목표가 되면서 혁명적 노동자 정치운동의 중요성이 사라져 버렸다. 개량적인 진보정지운동이 그 자리를 대신했는데, 그 운동은 노동조합 운동만큼도 투쟁적이지 않다. 그 개량적 진보정치운동은 현장과 광장의 투쟁이 아니라 의회주의를 금과옥조로 하는데, 의회활동은 노동조합 투쟁에 비해 자본에게 타격을 가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은 개량주의 진보정치운동보다 노조운동을 우선시하게 되고, 그 결과 점차 조합주의와 경제주의로 후퇴하게 되었다”

노동운동의 근본목표는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노동자를 노예로 만드는 자본과 임노동관계의 폐지이다. 노동조합을 포함한 노동계급 운동이 이러한 정치적 전망이 없이는 계속적으로 경제주주의, 노동조합에만 매몰될 수밖에 없다. 발제자는 노동운동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정치권력의 획득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는 다시 한번 현장의 활동가들에게 던지는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5 나가면서

“사회적 약자로 후퇴한 무력한 노동운동을 혁신하여 강력한 노동운동 만들려면, 그럼으로써 노동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향상되지 못하고 후퇴하거나 제자리걸음하는 상태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노동자의 혁명적 정치운동을 복원하는 일부터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혁명적 노동자 정치운동의 지도하에 노동조합운동을 경제주의`조합주의 운동으로부터 계급적·전투적`정치적 노조운동으로, 나아가 혁명적`변혁적 노조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와 더불어 노동운동과 분리되어 있는 시민운동을 부르주아 계급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노동계급인 운동의 한 영역으로 변화시켜 내야 한다.”

발제자는 노동운동이 지금의 경제주의적 실리주의적 경향으로 벗어나 국가권력을 쟁취하기 위하여 혁명적 정치운동을 복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제자는 혁명적 변혁적 노동운동을 지향할 것을 강력하게 제기하는데, 구체적으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하여 덧붙이면 금상첨화였다고 생각된다.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노동자·민중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세상을 쟁취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진정한 목표라고 해석되어진다. 그러면 무엇이 사회주의인가라는 것이 제기된다. 그것은 모든 이가 평등한 공산주의 사회로의 이행기에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권력의 획득과 유지라고 할 수 있다. 즉 내적으로 가진 자의 저항과 국제 금융자본을 대표하는 제국주의 세력으로부터 노동계급의 지배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이행기 체제이다. 그리고 이 사회주의 사회의 주요한 특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악의 근원의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폐지하여 생산수단의 사회화이다. 이것을 노동운동이 추구해야 할 방향인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진정한 발제자의 의도라고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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