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110호] 한반도정세와 노동자계급의 대응방향

한반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대응방향 - 노동전선 5월 정책토론회 개최




  노동전선 5월 정책토론회가 5월 10일 오후 7시에 <한반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대응방향>이라는 주제로 민주노총 13층 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금번 정책토론회는 한반도 정세 완화가 노동자계급운동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사안이라는 공통된 인식하에 노동자계급이 한반도 정세의 주도적 흐름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에 대한 입장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이 날 참가자들과 발제자는 3시간여 걸친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고 주요 발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발제자인 고민택(진보평론 편집위원), 문영찬(노동사회과학연구소 연구소장)은 -이하 직함 생략- 현 한반도·동북아정세의 주요 요인을 세계 자본주의위기속에서 동북아에서의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을 축으로 하는 동맹과 중국을 축으로 하는 동맹 사이에 격전의 장으로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발제자들은 북의 핵무력 완성이 동북아, 남북, 북미 간의 관계에서 세력관계의 재정립을 형성하게 만든 하나의 계기로서 파악한다. 이러한 기본전제하에 고민택은 북의 경제발전에 대한 자체적인 필요성도 한반도 정세 조성의 계기로 포함시키고 있다.

발제자들의 주장은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현 한반도 정세에 노동자계급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주장을 하고 있다. 고민택은 북이 핵무기를 가지게 된 이유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서 찾는다. 이는 북이 고립 탈피와 경제발전의 필요성을 당면 정세의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북의 핵무력은 미국이 얼마나 북의 전략적 목표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냐에 의해 포기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민택은 한반도 정세 진전의 주요한 걸림돌은 미국이며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폐기될 때 한반도 정세의 급진전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인식하에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에 대한 폐기를 중심으로 한 투쟁을 노동자계급의 대응방향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문영찬은 문재인 정권이 주장하는 기만적인 한-미 동맹에 기초한 평화정책에 대한 폭로와 주한미군철수, 국가보안법철폐를 현 한반도 정세 관련 노동자계급의 주요 투쟁 방향으로 제안하고 있다. 위와 같은 문영찬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개입 입장은 문재인 정부를 독자적인 대북정책, 평화정책을 가질 수 없는 미국에 종속된 신식민지 정권으로서 규정하고 군사동맹이자 자본가 동맹으로서 한미동맹에 대한 타격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적 흐름을 강화하는 변혁전략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금번 주제는 운동 진영 내 많은 쟁점을 포괄하고 있어서 제한된 시간의 토론회로 노동자계급의 대응 방향에 대한 의견일치를 보기는 어려움이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과정에서 각 국가 사이 협정체결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노동계급운동진영에 미칠 영향, 현 시점에서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의 관계 설정, 북한사회의 성격, 국가보안법이 현재적으로 운동진영에 미치는 영향과 철폐의 의미 등 다양한 쟁점들은 한국사회 변혁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보다 커다란 주제 아래서 유효한 실천적 방안이 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던 쟁점에 한정해서 현재적 의미를 평가하는 것으로서 이번 노동전선 월례 정책 토론회 개최의 의미를 삼고자 한다.

쟁점중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전쟁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에 극우적 주장에(전술핵 재배치) 반대하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북도 한반도 비핵화를 원칙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노동자의 삶에 대한 한 푼의 고려도 없는 극우세력을 제외하고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보편적 가치에는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치영역으로 넘어오게 되면 당위로서 보편적 가치의 주장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 문제로 남게 된다. 현실은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던 간에 쥐를 잘 잡는 게 최고라는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1991년에 전술핵이 남에서 철수되었고 지난 북미 협상과정의 성과로 북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미국은 핵무기를 탑재 할 수 있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중지하고 있는 이른바 ‘쌍중단’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만을 독립적 원칙으로 주장하는 것은 현 교착상태의 가장 커다란 원인인 미국의 입장, 북의 완전한 비핵화 후에 보장이라는 미국의 패권적 정책에 동조하는 입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북의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략적 목표가 체제보장과 경제적 고립 탈피에 있으며 북미협상과정에서 선 비핵화 조치를(풍계리 핵실험장 갱도폐쇄) 단계적으로 시행해왔기 때문에 북은 북미 협상과정에서 비핵화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포괄 하는 ‘탑다운 방식’, 최고 결정자가 먼저 결정을 하고 그 다음 실무자들이 나머지 사항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최근은 대북제재 유지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를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검증된 이라는 단어에 강조점이 있다. 즉 대북제제 유지와 한 쌍으로 북의 선 비핵화 후에 보장이라는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가로 막아 왔던 기존의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현재 미국의 흐름에 동조함으로서 판문점선언, 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의 이른바 ”한반도의 봄“이라는 자체 성과를 스스로 퇴색시키고 있다.

한쪽만의 굴복을 강요하는 미국의 패권적 한반도 정책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가라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동자라면 현재 한반도의 비핵화를 누가 가로 막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에 도달 할 수 있다. 따라서 토론회 참석자들은 비핵화라는 보편적 가치의 주장을 넘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서는 발제자들이 제안한 실천적 과제와 결부 될 때만이 노동계급운동의 올바른 정치적 입장이 세워질 수 있다는 것에 인식을 함께 했다.

다음으로 토론 쟁점이 되었던 것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정치적 지위문제이다. 발제자인 고민택은 현 한반도 정세의 촉발은 미국조차도 예기치 못했던 상황으로서 주변 강대국들과 남북 사이의 긴장과 대립의 연속으로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영향을 받으며 문재인 정부도 미국의 패권적 질서 내라는 측면에서 한계적이지만 한국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정세의 한 축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문영찬은 한미동맹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신신민지 지배의 결과물로서 문재인 정부는 결코 독자적인 평화정책, 한반도 정책을 가질 수 없으며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을 실현시키는 정치적 대리자로 보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운전자론을 거론하며 북미 사이 중재자로서 역할과 남북 사이에 이루어진 판문점선언, 경제협력, 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가 미국의 패권적 힘에 의해 더 이상 진전이 못되는 지금 현실은 문영찬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해준다. 반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미국의 중국 견제정책, 일본의 재무장 군사대국화 경향 강화, 한국 자본의 시장 확대라는 각 국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점을 살펴보면 고민택의 입장도 현실의 한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해당 쟁점과 관련하여 노동계급운동진영의 실천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한반도를 전쟁과 정치적 반동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현 정세국면에서 노동계급의 독자적인 힘을 어떻게 발휘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노동자 민중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난 노동운동의 성과와 민주주의 진전을 전쟁과 정치적 반동으로부터 지켜낸다는 것은 노동계급운동의 당연한 과제이며 노동계급운동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정치세력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역량의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월 31일자 갤럽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의 가장 큰 부분은 북한문제에 대한 평화적 접근에 대한 지지에 있다. 이와 반대로 경제문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대여론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노동운동의 성과를 허사로 돌리려는 자본의 공세와 경제위기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도 문재인 정부 반대여론을 형성하는 한 부분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노동계급운동진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누가 정세의 진전을 가로 막고 있고 노동자들이 어떠한 정치적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정치적 폭로와 선동을 등한시 한다면 노동계급운동진영은 반쪽짜리 계급의식을 선동하는데 머물고 말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인 생활상의 요구 투쟁은 정부에 대한 반대투쟁으로 나설것을 촉구하며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한계적 노력에 대한 지지라는 정치적 입장에 머물르게 한다면 이는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다음으로 분단질서의 극복의 문제이다. 문영찬은 한반도 분단질서가 만들어 온 냉전적 이데올로기 공세와 국가보안법에 의한 탄압이 노동계급운동의 정치적 진출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에 분단질서의 극복을 노동계급운동 진영의 주요한 과제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미 제국주의에 의한 항시적 전쟁위기와 위협이 노동자 계급의식 형성에 걸림돌임을 지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견이 없는 이러한 주장은 실천적 과제를 둘러싸고 쟁점이 형성되었다. 고민택은 국가보안법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의 진전으로 인하여 내용적으로 사문화 되었고 법적 철폐라는 차원에서 문제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당면투쟁의 과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민택의 주장은 현 한반도 정세 국면이 분단질서의 극복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는 전체 정세국면에 의해 좌우되는 종속적 변수이지 독립적 변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문영찬은 국가보안법이 분단질서 - 미 제국주의의 한반도 이해관철이라는 목적을 위한 정치적, 군사적, 이데올로기적 지배의 결과물로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반공주의 의식으로부터 해방과 동시에 노동자 계급의식 형성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당면 투쟁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토론회를 마치며


노동운동은 사회변혁 정치의식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개별사업장 투쟁과 경제적 요구 투쟁에 제한되게 된다. 노동운동의 한계성은 그 운동의 태생적 기초인 노동자와 자본가 계급간의 대립이라는 근본 변혁성에서 발생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잉여가치를 둘러싼 자본주의의 착취에 부단히 투쟁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임노동제에 묶인 채 자본가 계급으로부터 주어진 임금에 의해 살아 갈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세상이 노동자에게 주어진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이다.

노동계급운동은 노동자의 투쟁과 노동자가 처한 부조리한 노동을 자본주의 체제 내에 안주하지 않고 그 역사적 목적의 실현을 위한 사회변혁의 길로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노동계급운동은 역사적으로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공산당 선언의 정치권력 획득을 통한 사회적 개조라는 전략 외에 다른 유효한 전략을 가져 본 적이 없다. 비록 현실 사회주의 혁명의 패배이후 변혁을 포기한 청산주의와 사민주의 정치세력의 노동운동에 대한 포섭이 득세를 하는 시대가 도래 했지만 오늘날 전 세계적 자본주의의 위기는 그들의 정치적 지배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한국 사회도 세계의 한 부분으로서 위기의 시대에 처해 있다. 세계자본주의 체제 내 미국의 패권적 힘에 대한 대립과 도전이 격화되는 속에서 시작된 한반도의 정세변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적 질서에 대한 변화의 계기를 포함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킨 이른바 ‘촛불혁명’은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지만 자본의 성장을 위해 노동자 민중은 여전히 희생을 강요당해야만 하는 현 상태로 인하여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87년 이래로 한국사회의 지배적 정치세력인 여당(더민주당)과 야당(자유한국당) 간의 정치 투쟁이 이토록 첨예 했던 적이 없었다. 산업구조재조정은 해당 산업부문에서 조직 노동자의 수를 축소시킴으로서 비정규직을 양산했지만 이는 비정규직 운동의 활성화, 원하청 공동투쟁이라는 노동자 단결로 나타나고 있다. 다수의 노동자가 조직화의 필요성을 가지고 노동조합에 가입함으로서 양대 노총은 100만 조합원을 가지게 되었다.

자본의 위기시대는 새로운 사회변화에 대한 필요의 시기이며 이처럼 정세는 노동자계급운동의 봄을 예고하고 있다. 가능성을 현실성으로 만드는 것은 노동계급운동진영의 몫이다.

이번 노동전선 월례 정책 토론회는 [한반도정세와 노동자계급 대응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은 정책토론회를 통해서 한국사회 변혁을 위한 다양한 쟁점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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