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109호] 베네수엘라-반제국주의 국제 연대호소

베네수엘라 문제와 “국제적 진보좌파”의 기회주의


안준호(한신대 학생활동가)


과이도와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하기.

1월 말 과이도는 마두로가 대통령 자격이 없다면서 그를 불신임하고 국회의장인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과이도를 임시대통령으로 바로 승인해주었다. 그리고 1월 26일 유럽의 8개국이 재선거를 하지 않으면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지금은 그렇게 선언했다.
미국과 과이도 세력은 부정선거, 경제파탄,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마두로와 연합사회당을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선거는 이미 미국 전 카터 대통령까지 나서서 아무 문제없는 선거였다고 평가하였고 감시단이 항상 들어가서 선거를 감시해 왔지만 유효한 선거였다고 결론 내려왔다.

경제파탄 문제 같은 경우, 석유 값이 폭락하면서 벌어진 베네수엘라의 혼란은 다른 산유국과 비교할 때 너무 컸고 그것이 마두로 정권이 비판받아야 할 대목이면 비판 받아야 할 것이다. 허나 3월 20일, 유엔 인권대표 미첼 바첼레트 또한 미국의 제재로 베네수엘라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참세상 보도대로 미국의 제재로 받은 베네수엘라 경제적 타격은 석유 값 폭락이나 마두로의 무능 정도로 설명되지 않는 엄청난 규모이다.
라틴아메리카지정학전략센터(CELAG)가 8일 2013년부터 5년간 부과된 경제제재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제재에 따른 피해는 총 3500억 달러(약 3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다. 또한 한 국가의 재산을 타국의 은행들이 미국에 협조하면서 베네수엘라 자산을 동결하는 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다.
심지어 볼턴은 병력 5천을 콜롬비아로 라고 적힌 메모를 들고 회견장에 나타나면서 군사적 개입 즉 침략을 할 것이라는 협박을 간접적으로 하였다.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미국의 비판적 언론인인 댄 코헨과 맥스 블루멘탈은 후안 과이도가 정권교체를 위한 미국이 주도한 십년간의 프로젝트의 산물이며 그가 수년 간 정국을 흔드는 폭력적인 운동의 최전선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과이도는 자신이 베네수엘라를 장악하면 석유산업을 대외 개방하겠다고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민영화한다는 이야기다. 아니 사영화하겠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유명한 그 볼턴도 여기에 화답하는 건지 이번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폭스 비즈니스라는 뉴스채널에서 그는 “우리는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생산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그는 또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불법화하는 것은 미국에 최고의 이익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서구에 이해를 둔 세계 모든 정치인과 기업가에게 이것이 중요한 조치라는 것을 확신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얼마나 뻔뻔스러운 모습인가? 이제 국제여론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이다. 현 베네수엘라 헌법은 석유산업의 사영화를 금지하고 있다.


과이도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출국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해외로 나간 과이도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말을 한다. 즉 무력개입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리마그룹에서 펜스 부통령을 만난다. 펜스 부통령은 여러 번 무력개입을 하겠다고 협박한 인물이다.
세상에 자신의 나라를 침략해달라고 하는 (임시)대통령이 어디에 있던가? 자, 누가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있는가? 위의 미첼 바첼레트가 마두로 정권이 야당을 탄압한다고 덧붙였지만 이렇게 대놓고 간첩행위를 하는 자를 내버려두는 게 언제부터 민주주의였나?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이런 반민족적 행위를 내버려 두지 않는데 말이다.

결국 베네수엘라 문제는 시리아 내전처럼 석유라는 상품의 독점을 원하는 미국과 서방의 목적에서 이뤄진 작업 중 하나이다.

미국의 막무가내에 장단을 맞추던 그 동맹국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개입 문제에 유럽/남미의 동맹국들이 난색을 표하는 게 된 원인도 전적으로 미국에게 있다면 아이러니일 것이다. 그 동안 NATO와 그 동맹국들은 중동을 민주화 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전쟁을 일으키거나 개입하였고 그 정점은 시리아 내전이었다. 그러한 자신들의 폭력에 의한 결과로서 대량의 난민들이 발생하자 유럽 국가들이 무력개입에 난색을 표하게 된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남미 역시 이미 수많은 쿠데타와 내전으로 대륙이 송두리째 지옥도가 되었던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한다. 물론 그러한 지옥도를 만들었던 것은 이미 대중서적에도 나오다 시피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었다. 이러한 불일치와 동맹의 동요는 미국 패권의 추악한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지만 실제로 그 수많은 전쟁과 침략의 결과에서 미국만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배신과 기회주의가 난립하는 국제 진보정치.

이러한 서방의 침략에 해당하는 행동에 세계의 진보좌파 세력들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열고 규탄 성명을 내고 있다. 노르웨이 적색당, 아일랜드 신페인, 스페인 공산당, 인도 공산당-맑스주의, 영국 노동당 제레미 코빈 등 많은 진보좌파 정당들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서방의 내정 간섭과 제국주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얼마나 어이가 없으면 미국 민주당 일부 의원들마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노암 촘스키 등 수많은 진보적 지식인들도 앞 다투어 다른 주권국가에 대한 미국의 내정 간섭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진보좌파 단체에서 내정 간섭을 규탄하는 글을 발표하였다. 민중민주당, 민중당은 당론으로 규탄하였고, 정의당은 당론이 되지 못했으나 그 당의 서울시당에서 2월 21일에 베네수엘라 대사대리를 초청하여 베네수엘라 문제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그런데 여타 진보좌파들과 다르게 눈을 감고 배반적, 기회주의적 행보를 하는 자들이 있다.
2018년에 스페인 총리가 된 스페인 사회노동당 소속 페드로 산체스가 대표적인 인사이다. 스페인은 현재 과이도의 임시 대통령 선언을 승인하는 서방의 주축으로서 나섰고 매우 주도적인 입장에 있었다. 스페인 공산당과 포데모스가 미국을 규탄하고 있을 때 스페인 총리인 산체스는 한 나라의 주권을 유린하는 제국주의 정책에 한 마디 못하고 오히려 거기에 편승하여 주도적 행보를 보이며 명백히 내정간섭 행위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당명에 무색하게 제국주의에 복무하고 있는 그의 실체를 폭로해야 한다. 또한 그런 산체스와 계속 정치적 거래를 하려고 하는 포데모스에 대해서도 환상만 가지지 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인기 스타 버니 샌더스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외친 용기는 어디로 간 것인지 미국 언론의 눈치를 보면서 처음에는 마두로를 독재자라고 비난하다가 마두로와 트럼프를 양비론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현재 새롭게 미국 스타 진보 정치인으로 떠오른 알렉산드라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은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 하지 않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 정책에 반대하는 로 카나 의원의 메시지를 리트윗 하는데 그쳤다. 물론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자들보다야 낫지만 동료에게 묻어가려는 기회주의적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캐나다의 원내 진보정당 신민주당 또한 마두로와 미국 양측을 양비론적으로 비난하는 성명서를 24일 게재한 뒤 이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있다. 캐나다 총리 트뤼도야 말 할 가치도 없는 인사다. 그는 그저 스스로를 진보적인 이미지로 포장하는 기회주의 이미지 장사꾼에 불과하다.

세계 노동자·민중의 국제연대를 향하여.



눈앞에서 일어나는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과 침략 시도를 못 본 척 하는 것이 대체 언제부터 진보였던가? 그것은 제대로 된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인기를 얻기 위해 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눈앞의 제국주의 내정 간섭에 맞서는 연대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민중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 우리는 세계의 모든 진보적 세력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는 표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와 투쟁을 호소해야 한다. 그것이 진보좌파의 길이다. 베네수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해서 미국이 제재를 부과하고 말려 죽일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제국주의 문제는 전 세계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내 나라, 내 민족만 잘 먹고 잘 살게 하겠다는 진보좌파는 위선자들일 뿐이다. 지금 당신이 먹고 있는 음식과 입고 있는 옷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여성노동자들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일하는 아동들의 피와 눈물이 섞여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카우츠키, 베른슈타인의 길이 아니라 레닌과 체 게바라의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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