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103호]현장기고 - "사드를 뽑고 평화를 심자" 사드설치반대 김천시민 촛불집회 644일차

공짜로 누린 평화를 갚기 위하여


김종희 기획팀장
사드설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질기게 끝까지 가서 사드뽑고 평화심을 것이다.


성주 소성리에 사드배치가 발표된 지 2년이 다 돼 간다. 국방부장관도 모르고 외교부장관도 몰랐던 사드배치 최적지 발표였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없는 상황에서도 사드배치에 대한 김관진 안보실장의 집착이 2017년 4월 26일 제 1차 불법적 사드배치를 강행하게 했다. 5,000여명의 경찰이 폭력적으로 주민들과 연대자들을 분리시킨 채 마을길을 짓밟았다. 평생동안 자유한국당만 찍어왔다던 소성리 마을주민들과 김천의 농소 연명 그리고 혁신도시의 많은 시민들은 박근혜퇴진 촛불과 사드철회투쟁 속에서 부패한 박근혜와 자유한국당에게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장은 사드철회를 목표로 5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는 이제껏 해왔던 일방적이고 맹목적이었던 지지를 철회하고 다른 선택을 하였다. 농촌지역이라는 특성상, 그리고 지역의 정치인과 관료들의 교묘한 의식화 속에서 그동안 70~90퍼센트에 달하는 묻지마식 지지를 보내던 이곳의 주민들에게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50퍼센트 이하의 지지율은 큰 변화였다. 물론 사드철회를 원하면서 50퍼센트라는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보면서는 실망도 하고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투쟁현장에 나오는 분들은 주저없이 자유한국당을 버렸고 그들의 본질을 알았기 때문에 분노와 변화의 의지를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싸우고 있다.

  물론 그동안 완강히 저항했지만 여러차례 공권력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폭력적인 공권력을 통해 국가권력의 속성을 알았다. 그리고 사드의 직접적인 적폐 박근혜가 탄핵되고 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를 하기만 하면 소성리에 배치된 사드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다가, 들어올 때처럼  쉽게 쑥 빠져나가리라는 기대는 문재인정부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드발사대 4기 추가배치는 임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비로소 사드발사대 6기와 엑스밴드레이다의 배치를 현실로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사드라는 무기가 미국의 MD체계의 하나이고 따라서 사드는 단지 정권교체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무기가 필요없는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어야만 철회가 가능한  전략무기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드철회는 바뀐 정권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투쟁으로서만 가능하다는 것도 뼈아프게 확인했다.

  그래서 지난 동계평창올림픽에서 불어오기 시작한 한반도 평화의 바람이 어느 누구보다 반가운 우리들이다. 사드배치의 명분이 되었던 북핵의 위협이 북한의 핵폐기 선언으로 사라지게 되었으니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가 수순이지 않겠는가? 모두들 이렇게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트럼프의 북ㆍ미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다시 한반도의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다.

  다시 북ㆍ미정상회담이 추진된다는 소식과 북한과 미국간에 의제조율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에 다시 희망을 되찾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북ㆍ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지금까지의 남ㆍ북평화 분위기가 실제적인 행동으로 이행되기를 바라는 한편으로 또한 우리들은 이번 6ㆍ13 지방선거에서 지난 대선에서 보여준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선거를 통해서 불법적 폭력적으로 사드를 배치한 지역의 수구 정치인들을 단죄할 것이다. 70여년 동안 안보이데올로기로 남북대결만을 조장하고 주민들을 단속하면서 정치권력의 도구쯤으로 여겨온 그들에게 참된 주인의식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중이다. 유권자로서 투표 뿐만 아니라 사드철회투쟁을 함께한 사람들을 시장과 시의원에 후보로 세워서 당선을 목표로 열심히 돕고 있다. 또한 선거운동기간을 사드철회 투쟁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6ㆍ13 지방선거 이후에도 사드철회투쟁에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힘을 싣기 위해서 선거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참외와 딸기농사를 많이 하는 성주 소성리는 요즘은 조금 한가하다. 하지만 포도와 자두 농사를 많이 짓는 농소 연명 등 김천은 농사일로 정신없이 바쁘다. 모내기도 한창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저녁 8시가 되면 버스와 차량을 이용해서 김천역 광장ㅡ우리는 이곳을 평화광장이라고 부르는데 마침 지역이름이 평화동이다ㅡ에 모여 1시간 동안 사드철회를 외친다. 김천역 평화광장에는 세월호도 있고 4ㆍ3 제주 민중항쟁과 10월 인민항쟁도 있고 5ㆍ18 광주민중항쟁도 있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도 있다. 아사히글라스도 있고 콜트콜텍도 있고 박준호ㆍ홍기탁의 파인텍도 있다. 일본 교가미사키의 엑스밴드레이다 싸움도 있고 오키나와의 헤노코미군기지 철회투쟁도 있고 아베퇴진과 평화헌법 9조 개헌저지투쟁도 있다.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백인 흑인 미국인들의 싸움도 있다. 스페인의 기자도 있고 네덜란드의 기자도 있다. 이렇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생존권을 지키고 전쟁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된 650일 동안의 사드철회 투쟁은 우리 사회의 아픔을 함께 얘기하는 공간이 되었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일본 등 동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를 염원하는 투쟁으로 확장되었다.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은 전쟁을 팔아 부를 챙기는 미국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미국이라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사드는 철회되지 않을 것이고 노동악법은 악화될 것이며 온전한 남북평화도 오지 않을 것이다. 사드가 우리 모두에게 깨우쳐준 것이다.

  매일 밤 길 위에서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외치는 거대한 투쟁을 하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공짜로 누려온 평화를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임승차한 그 평화가 수많은 죽음과 아픔의 댓가였고 여전히 평화를 위해 싸우는 분들의 헌신 덕분이었다니! 나는 그 빚을 갚는 마음으로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어느새 동지가 되어버린 80세의 어머니나 30세의 어린 아이엄마,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싸우고 있다. 물론 사드는 우리가 바라듯이 쉽게 철회될 것같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밝히고 있는 이 촛불이 남ㆍ북으로 하여금 더 힘을 합쳐 온전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라는 응원이기에 사드철회 그날까지 촛불을 굳건히 밝힐 것이다.

  우리 모두가 처음하는 투쟁이 이렇게 크고 원대할 줄은 아무도 모르지만 투쟁은 즐겁고 신나게 건강하게 하자고 서로서로를 다독이며 의지하며 싸우고 있다. 질기게 끝까지 가서 사드뽑고 평화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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