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102호] 사회적 대타협 노선의 강력한 반대자는 현실 그 자체다.

노사정 대타협 노선을 폐기하고 노동자 삶 개선 투쟁에 힘차게 나서자!!!


  벌써 두 달이 지났는데, 지난 3월 24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분쇄!’를 내걸고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민중가요의 고전적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명곡인 “가자! 노동해방”의 “노동자, 자본가 사이에 결코 평화란 없다”는 장중한 노랫말이 울려 퍼졌다. 그런데 이 노래가 예전처럼 심금을 울리거나 가슴을 뛰게 하기는커녕 공허하게 느껴지기조차 했다.

  지금 민주노총 김명환집행부를 비롯해서 노동조합운동 저변에는 노동해방은 고사하고 사회적 대타협, 노사정, 노사상생 협조주의 노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평화와 상생은 좋은 말이다. 그런데 이것을 노사 관계, 노정관계에 그대로 대입하고, 심지어 그것을 노동운동의 총노선으로 설정했을 때 과연 무슨 일들이 벌어지겠는가?

  우리는 자본주의 하에서 노사, 노사정관계는 필연적으로 적대관계라고 배웠다. 그런데 그것은 주관적 분노나 개인적 적개심의 표현만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과학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다. 현실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권의 “노동존중” 총구호 하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과거 반노동, 반민중 정권의 수장인 박근혜가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쫓겨나고 구속된데 이어 최근에는 이명박까지 구속됐다. 촛불투쟁 덕분에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노동존중”을 내걸었는데, 이에 대해 새 정권은 이전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 소망이 넘쳐 났다.
이 속에서 다시 반노동자적인 (신)노사정위원회 복귀 노선이 힘을 얻어갔다. “기존 노사정위와는 다르다”, “노사정위원회 복귀가 아니라 노사정위원회 개편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대표자회의다”, “노동법 개악이 이뤄지면 탈퇴할 것이다”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논리로 일방적으로 참여가 강행됐다.

  심지어 당시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수배 중임에도 근기법 개악에 반대하며 민주당사에 들어가 단식투쟁을 전개할 때도 노조지도자들 일부가 청와대에 들어가 상생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 노사, 노사정 상생의 구호 하에서 펼쳐지는 진짜 현실은 어떠한가?

  민주노총 전 한상균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운 중심에 서 있었음에도 정권 퇴진으로 들어선 새 정권 하에서 아직까지도 구속되어 있다. 이영주 사무총장에게 수배를 내린 것은 박근혜 정권이지만 구속시킨 것은 문재인 정권이다. 문재인 정권은 서류 한 장으로 가능한 조치인데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양심수들을 석방시키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들에게 “1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제 기다렸던 1년이 다 되어간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뒤 1년이 다 돼 가지만 노동자의 삶에 무슨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가? 문재인의 약속은 부도어음이 돼 버렸다.

  일자리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일자리현황판을 만들어 놓고 매일 같이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전히 청년들을 비롯해 실업자들은 만성적 실업상태에 놓여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 진척은 있었지만 여전히 콜트콜텍, 쌍용자동차, 아사히글라스, 전국자동차판매연대노조 등 정리해고 사업장 노동자들은 기나긴 시간을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다. 심지어 조선소,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에 이어 성동조선소, STX조선, 한국지엠 등에서 전국적으로 구조조정 태풍이 불고 있다.

  아무도 희망하지 않은 반강제 “희망퇴직”으로 한국지엠에서만 3명의 노동자가 자살하는 참담한 죽음의 행렬이 또 벌어졌다. 그런데 최근 지엠 자본의 압박으로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나고 “해고회피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강제적 “희망퇴직”이 자행되면서 또 다시 노동자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판결을 받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은커녕 추가적인 대량 해고 위협 앞에 놓여 있다. 

  전주택시,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농성도 계속되고 있다. 촛불투쟁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렸던 광화문 광장에서는 그 투쟁에 앞장섰던 현대,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침탈당하고 쇠사슬을 목에 걸고 저항하던 노동자들은 수 차례 짓밟혀야 했다.

  노조파괴의 “신세계”를 보여주었던 삼성 신세계 그룹 이마트의 노조 파괴 전략에 이어서 삼성전자 서비스에서는 노조파괴 문건 6천여 건이 발견됐다. 삼성자본은 사내에 노조대응 세력을 조직해 놓고, “알박이 노조”라는 유령노조를 준비해 놓기도 했다.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악랄한 무노조 적대 정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을 구호로 내걸었는데, 2018년에는 7,530원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되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과거 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지만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요구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그리고 여전히 상당수 노동자들은 단시간 고용으로 10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본은 약간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무력화하는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호시탐탐 최저임금법 개악 기도 공세 속에서 아직 법적 개악은 되지 않았지만, 이미 현실에서 상여금, 수당, 식비, 교통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무력화 공세가 판을 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귀족론, 임금양보론으로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노동자 내부를 분열시키고 있다. 현 임금양보론은 21세기 임금가이드 라인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양보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있다는 단 하나의 증거라고 있는가? 노동자 임금양보론은 오로지 자본의 위선과 폭력을 은폐하고 탐욕만을 충족시켜줄 뿐이다.

  헌법 개헌안이 제출되고 있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자를 8년이나 봐야 한다는 것 외에 근본적으로 노동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내용들이 제출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이 현실의 노동자의 고통과 자본의 폭력을 은폐시키는 수단이듯이, 개헌의 청사진 뒤에서 파견법, 정리해고법, 파업권 제약, 손배·가압류 등 민사상의 공세는 엄연하게 살아서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시키고 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드는 그대로 남아 있고, 오히려 사드 기지 공사를 위해 주민들을 진입하는 개탄스런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개헌 시도 뒤에서 반민주 악법인 국가보안법 철폐 논의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투쟁에 힘차게 나서자

  현실이 이런데도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는 노사(정) 상생, 노사정대타협 노선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악은 폭로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위해 그럴싸하게 포장되어야 하는 것으로 둔갑해 버렸다. 사회적 대타협 노선의 제일 큰 반대자는 반대세력이 아니라 적대적인 현실 그 자체다. 반노동자적 현실이 노동자와 자본가 간에, 노동자와 정권 간에 타협이나 협조, 상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는 노동자들의 절망적이고 참담한 현실을 노사(정) 상생, 노사정대타협이라는 주관적 소망으로 피해가지 말아야 한다. 김명환 집행부는 이제라도 구체적인 현실을 호도하는 비현실 노선을 폐기해야 한다. 총노동 전선을 복원해서 자본과 권력의 노동자 죽이기 공세에 맞서야 한다. 개헌 뒤에 숨어서 도사리고 있는 노동악법 철폐 투쟁을 힘차게 전개해야 한다. 2천만 노동자들의 삶을 진전시키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자본의 나팔수들인 언론의 악선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야말로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진전시키고 총자본의 공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구심이자 희망이다.

  전국의 현장 활동가들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타협 노선을 폐기하고 대투쟁 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가자. 빈곤과 실업,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산에 맞서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투쟁을 힘차게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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