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101호] GM투쟁과 노동계급운동

아흔 아홉 번 패배 단 한번 승리를 위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구조조정으로 2500명의 희망퇴직자가 발생했다. 희망이라는 근사한 이름과는 다르게 수십여 년을 근속한 노동현장에서 자진 해고를 당한 노동자가 부딪치게 될 사정은 절망적이다. 자진 해고 된 노동자들은 특별하게 운이 좋지 않다면, 지난 10년간 800만이 폐업을 겪은 자영업자의 대열에 뛰어들거나 낯선 일을 찾아 헐값에 노동력을 팔기 위해 인력시장을 전전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GM자본이 군산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50원짜리 문자로 전달 한 값싼 해고 통보에 비해 정규직에게 주어진 희망퇴직은 그나마 정당한 것처럼 주장되고 있다. 자본의 착취를 보장하기 위해 유지되어 온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은 해고의 순간에도 여전히 차별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일자리를 잃는 순간 노동자의 처지는 동일해지게 된다. 모두는 일자리를 잃은 유휴 노동력이자 구매 되지 못한 쓸모없는 상품으로 일시에 전락되고 자영업의 행렬에 들어가게 되거나 생산자본의 활황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 실업자라는 낙인은 한 개인에 대한 명예 살인이며 경제적 살인이다. 결국 GM자본의 철수협박과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두 명의 퇴직자가 안타까운 죽음을 당했다. 자본의 착취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오로지 GM자본은 철수냐 규모조정이냐 양자택일을 요구하라며 정부로부터 추가 자본을 뜯어내기 위한 협상과 동시에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병행 하고 있다. GM자본은 당초 한국GM에서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적정 생산 규모인 50만대로 축소 한다는 구조조정 계획 하에 정부와 협상에 나서고 있다. 물론 정부로 부터 뜯어낼 지원의 규모와 정도에 따라서 한국GM의 경영합리화-구조조정 강도도 결정되겠지만 GM본사의 경영전략 상 한국GM에 대한 추가적인 인원감축 정리해고는 불가피 해 보인다.

  최근 성동조선 파산결정, STX 40% 인력감축이라는 정부의 구조조정 결정 안을 보게 되면 현 정부의 일자리 중시 정책의 명백한 후퇴가 감지되고 있다. 또한 한국GM의 경영이 부실하게 된 주요 원인이 GM본사의 한국GM에 대한 금융적인 수탈과 본사로 수익을 강탈 해갔다는 지적과 함께 해외자본인 GM자본에게 공적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의 흐름은, 정부가 최소한의 지원을 통해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면서 GM자본과 결탁해 노동자에 대한 공격 - 임단협 양보, 정리해고 -을 가중 시키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계급투쟁의 소중한 불꽃

  GM노동자들에게 강요될 희생이 불가피 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GM노동자들의 투쟁 열기는 GM공장 전체를 타오르게 하지 못하고 있다. 군산공장폐쇄 통보라는 일방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2500명에 이르는 희망퇴직신청자의 수는 현재 한국GM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자신감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입증 해준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지난 쌍용자동차 투쟁의 결과는 단 한번 승리를 위한 아흔 아홉 번의 패배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처절한 고통의 기억으로 각인되어졌다. 그 간 피말리게 진행 되왔던 조선산업구조조정은 노동존중을 외치는 현 정부의 금융관료들에 의해 파산결정과 40%의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것으로 일단락되어졌다. 또한 GM지부 집행부는 조합원들로부터 투쟁을 받아 안을 만한 집행부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전국적 투쟁을 이끌어야 할 민주노총 신임집행부는 노사정참여만 주장할 뿐 시급한 투쟁의 조직화에는 눈길 한번 안주고 있다.

  이와는 달리 고립적이고 단편적이지만 GM군산공장폐쇄에 항거하는 투쟁을 결의 했던 500여 노동자 동지들, 공장폐쇄에 맞서 공장점거 투쟁을 선동하는 동지들, 현장에서 투쟁지도부를 세우기 위한 동지들, 민주노총의 계급적 혁신을 위해 분투 하는 동지들 속에서 GM투쟁의 희망이자 전국노동계급운동의 소중한 불꽃들을 볼 수 있었다.

  분노와 체념 사이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국 곳곳에서 노동계급운동진영이 선도적으로 불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선도적이고 자기 헌신적인 실천과 사회 변혁적 전망을 대안으로 자본의 논리와 맞서는 사상투쟁의 작은 전진 속에서 노동자들이 승리의 예감을 얻을 수만 있다면, 노동계급은 단 한 번의 승리를 향한 투쟁이 시작되었음을 선언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의 사상으로, 지역에서 중앙까지, 변혁적 전망을 대안으로, 반자본주의 노동자총전선 구축을 위해 함께 나서자! 

  지난 2월 6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현장 활동가들은 긴급선언문을 통해서 투쟁인지 투항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민주노총의 집행부를 질타한 바 있다. 이후 정세적 변화는(근기법개악/구조조정결과) 현장 동지들의 외침이 올바른 판단이었음을 입증해주었다.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서 GM자본, 정부와의 전국적 노동자 투쟁의 전면에 민주노총이 물러섬 없이 나설 수 있도록 하자! GM 현장 동지들은 투쟁을 지도할 실질적인 지도부를 세우기 위해 계급운동진영 간 공동 실천을, 중앙단위는 현장의 동지들과 함께 지역경제 파탄에 따른 피해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을 망라한 지역공투체를 준비해내자!

  GM철수에 대해 주류언론의 한 컬럼은 한국의 자본도 중국에서 비용 상승에 따라 베트남등의 다른 국가로 자본을 이동 하듯이 GM철수는 한국내 생산 비용 상승에 따라 더 조건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자본의 자유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가 해줄 말은 단 한가지이다. 사회의 부를 생산하는 노동자가 사회의 주인이다. 지배계급이면서도 인민의 대다수인 노동자를 책임지지 못하는 현 정부의 성격과 자본주의의 무능함은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 공장을, 산업을 노동자들에게 넘겨라! 자본의 논리에 대한 단호한 계급적 주장과 노동운동 진영내 사회적합의주의, 노동자양보주의에 대한 철저한 사상투쟁의 전개와 확산이야말로 우리들의 조직적 실천에 진정한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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